top of page

[Interview]

토종벼 수확의 맛

​작물공동체 '우보농장' 이근이

'추수절'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흔히 시골 농촌의 정갈하게 익은 '황금빛' 논밭 풍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상의 상상을 벗어난, 그렇지 않은 밭이 있다면 어떨까?
여기 도심 속에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색깔과 크기를 가진 벼들이 있다.
무려 1,400여 개의 이름을 가진 한국의 토종벼들, 토종벼, 작물공동체, 유기순환 농사의 삼박자를 갖춘 '우보농장'의 이근이 대표를 만나 보았다.

우보농장-4.jpg

작물공동체라는 것을 한다고 들었는데 작물공동체가 뭔가요? 그리고 우보농장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도시에서 혼자서는 키우기 어려운 작물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함께 심을 작물을 정하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모이면 씨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확할 때까지 같이 작물을 키우는 것이에요. 사실 도시 사람이 어려워하고 농사에 접근하기 만만치 않잖아요. 그런 것을 가이드 하는 거예요. 같이 땀 흘리고 같이 수확하고 같이 음식을 나누고, 이런 게 우보농장의 특징이고 저는 그걸 확산하는 역할을하고 있는 거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먹을거리를 최대한 자급해볼 수 있는지를 안내도 하고요.
 

다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그렇다고 농사를 매일 같이 다 지을 수는 없어요. 할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농부가 아닌 이상 관리하기가어렵거든요. 특히 벼농사 같은 경우는 더하죠. 그래서 저 같은 농부가 중간 역할을 해줘야하죠. 참여하는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벼부터 내 밥상에 올라오는 쌀까지 그 과정마다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더 집중해서 생각해요. 벼농사에 있어서 중요한 게 씨앗을 뿌리는 모판 작업이에요. 그런 중요한 시점은 필히 참여하게 하는 것이죠.

벼 밑 쪽에 우렁이가 있네요. 논마다 우렁이가 있는 거예요?
네. 우렁이농법이라고 우렁이가 풀을 다 먹어줘요.

우렁이가 없으면 풀이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그래서 물이 절대 빠지면 안 돼요. 물을 듬뿍 담아줘야 활동을 하니까요. 풀이 물 밖으로 나온 건 우렁이들이 못 먹어요.

농업 하는 방법은 다양하잖아요. 이건 유기농법이라고 하나요? 

유기농법도 다양하게 있나요? 
그렇죠. 유기농이라는 건 순환시키는 거거든요. 배설물이든, 음식물이든. 흙으로 돌아가서 작물을 키우고 작물을 먹은 걸 다시배출해서 돌려놓으니까요. 그런 삶을 실천하는 게 농사인 건데 그것은 과거 전통농업 때나 많이 쓰던 방식이에요. 현대 유기농이라고 하는 건 순환하는 과정이 빠져 있어도 그냥 땅에 화학비료와 농약만 안 넣으면 돼요. 결국 유기농법이라는 게 인증이나검사에서 그런 성분만 안 나오면 된다는 거죠.

우보농장-46.jpg

유기농 마크가 있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유기농과는 다르다는 거네요.
맞아요. 인증하는 측면에서 화학비료 검증만 안 된 것뿐이죠. 막상 유기적인 생태계로 그런 농사를 짓는지 확인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유기농이라는 표현은 인증을 안 받으면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네. 그래서 저는 자연농법을 지향하면서 유기순환방식으로 재배했다고 합니다. 전통농법이라고 하는건 상관이 없으니까요.

우보농장-50.jpg
우보농장-51.jpg

여기 페트병에다가는 뭐를 하신 거죠?
제 논에 심은 모든 모들을 모아놓은 거예요. 이게 페트병에 그대로 한 게 아니라 일반 페트병 2L짜리를 거꾸로 자르고 구멍을 뚫어서 수경 재배처럼 밑으로 뿌리가 내리게 한 거예요.물을 계속 공급해 주니까 논이랑 비슷한 환경이 되는 거죠. 지금 세 포기를 심었는데 벌써 밥 한 그릇 양이 나와요.

농사를 정말 즐기시네요.
그니까요. 이걸 어떻게 가지고 놀아볼까 계속 생각해요. 페트병도 딱 보는 순간 이거 써먹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구성이 간단하니까 도시 쪽 아파트나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가져가서 하나씩 키워볼 만 하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보급했어요. 고양시 초등학교 교장님들이 받아 갔죠.

토종벼 축제는 언제 해요?
10월 수확 전에 해야죠. 그 때는 세계 토종벼 대회를 하려고요. 각 나라의 토종벼들을 들여오고 그걸 키우는 사람들과 다 이야기하는 거예요. 

인도나 일본 쪽에 교류하는 친구들을 초청하고, 각 나라 쌀로 셰프들도 같이 초청해서 요리를 한 다음에 쌀로 만든 술을 가져와서 시음하고 먹고 놀자 하는 거죠.
쌀밥은 가마솥으로 일곱 종 정도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먹어보도록 하고요. 전에 혁신파크에서 두 번했었고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전시회를 한 달 동안 했었어요.

우보님은 귀농을 하셨다기 보다는 도시에서 또 하나의 기획의 장을 여신 거 아니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맞아요. 지금 방식은 기획자로서 농사를 이용한 새로운 일들을 꾸며보는 거지 오로지 농사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아니에요. 

3년에서 5년 후에는 우보농장을 정리하고 새롭게 귀농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 때는 농사만 하면서 자급도 하고 판을 벌리지 않는 삶을 살려고요.

7월3일우보농장쌀-9.jpg

북흑조(北黑租) (출수기: 9/1~9/15)
평안남도에서만 재배되었던 주요 재래종이다. 키가 매우 크며 마디와 줄기가 굵고 튼실하여 쓰러짐에 강하다. 이삭이 흑자색을 띠고 현미색은 진녹색을 띤다. 향이 구수하고 맛이 고소하며 식감이 쫄깃하다. 국밥용이나 샐러드용으로 사용하기 좋다.

조동지(趙同知) (출수기: 8/6~8/15)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토종벼이다. 키는 중간 정도이며 벼가 황백색으로 자란다. 줄기가 안정적으로 곧게 자라고 낟알이 크고 동글동글하다. 향이 강하고 맛이 고소하며 찰기가 적고 식감이 거칠다.
미음이나 죽에 사용하기 좋다.


참드림 (출수기: 8/16~8/25)
토종벼인 조중도와 삼광을 교배해 개량한 품종으로 경기도 지역에서 주로 생산한다. 키가 작은 편이고 병충해에 강하다. 향이 약하고 식감이 부드럽고 찰지다. 죽이나 두부 요리, 맑은 국물요리 같은 담백하고 연한 맛의 음식에 사용하기 좋다.

​개

더 많은 글들은 매거진 쓸 vol.5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5호 표지.jpg
bottom of page